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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육체적 젊은이, 정신적 젊은이’

보다 보다 못 참을지경이 돼야, 발을 질질 끌며 찾아가는 미용실, 지난 월요일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많은 사람이 미용실 가는 것을 즐긴다는데, 내게는 버티다 버티다 찾아가는 곳이 미용실이다. 전에는 일 년에 한두 번만 염색해도 되던 앞머리가, 이젠 아무리 검은 립스틱을 마구 문질러대도 흰머리 감추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삼사 개월 한 번은 미용실을 가야 하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머리는 왜 그렇게 감기고 또 감기고, 뭐로 싸매놓고 타이머 앞에 앉아 기다리게 하고, 에휴, 내게는 아주 고역스러운 시간이 미용실에서의 두세 시간이다.     그날따라 모처럼 한가한 미용실에서 염색한 후, 샴푸만 하면 되지 또 뭔가를 바르고, 꼼짝 말라는 듯 머리를 샴푸대에 젖혀놓는다. 한쪽에서는 어느 할머님과 원장님의 대화가 한창이다. 우리 원장님 참 기운도 좋지, 머리하시는 와중에 종일 손님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력이 대단하시다. 얼핏 들으니 이 할머님, 지난주 LA를 갔다 오셨고 다음 달에는 두바이, 그리고 말레이시아어쩌구 하신다. 여행을 좋아하시나 보다 하고, 대화 내용에 별 신경을 안 쓰고 눈을 감고 있었다. 타이머 울리기만 기다리면서.   그러는 동안 할머님은 가셨다. 마지막 단계로 원장님이 내 머리를 다듬으면서, 그 할머니 이야기 들었느냐고 묻는다. 신경 안 썼다고 하는 내게 원장님이 천지개벽할 이야기를 전한다. 이 분이 6개월 전 일본에 가서 7조, 세상에 7조 개나 되는 줄기세포를 맞고 지금 회춘 중이시라는 것이다. 20년 전부터 아는 분인데, 지금 85세 이 할머님이 그 주사를 맞은 뒤 20년이 회춘하여 60대 피부와 몸 상태가 되셨다는 것이다. 관절도 낫고, 피부가 올 때마다 젊어져 오신다는 것이다. 오늘도 피부가 회춘하느라 근질근질하여 계속 긁고 계셨다고. 내 헤 벌어진 입에서는 그저, 오 마이 갓, 이 소리만 나왔다!   신나게 설명을 하는 원장님은, 미용실 남자 고객 중 하나도 작년에 이 줄기세포를 맞고 젊어졌다고 한다.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은 물론이고, 암 특히 난치라는 췌장암, 파킨슨, 관절염, 시력, 탈모까지 해결된다니! 갑자기 아는 사람들의 얼굴이 마구마구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근데 20년 젊어진다는 이 줄기세포 치료 비용은 무려 25만 달러! 그 할머님, 이 줄기세포 경험을 나누며 사람을 모집하러 그렇게 다니신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몇백개나 되는 줄기세포 클리닉이 있고, 여기 오는 환자의 90%는 한국인이라고 한다. 세계의 정·재계나 연예인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니! 돈만 있으면 늙지도 않는 세상이 된 건가?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가 이것? 살짝 혹하긴 했다. 확 집을 팔아? 그래서 쳐다보기도 싫은 메디케어 카드 반납하고 40대로 한 번 살아봐? 오 노, 하지만 이렇게 무작정 육체만 젊어지는 것도 문제란 생각이 곧 들었다. (물론 이런 데 쓸 25만 달러라는 돈이 내게 없어서 든 생각일 가능성도 크다!)     육체의 노화가 해결된다 해도, 진짜 중요한 것은 정신적 노화의 문제다. 나이 들며 점점 나태해지고 아무것에도 뛰지 않는 정신적 심장의 노화, 점점 폐쇄적이 되고 좁아져만 가는 정신적 혈관의 노화, 나이 들었다고 남의 입장 못 보고 자신만 바라보는 정신적 노안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건가? 아, 아, 정신 차리자! 죽을 때까지 정신적 젊은이로 살기 위해,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책 읽기에 아주 좋은, 눈 오는 아침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젊은이 육체 정신적 젊은이 육체적 젊은이 정신적 노화

2024-02-14

[삶의 뜨락에서] 새 결심이 떠오른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그 순간의 체험은 한 번뿐이다. 세상의 모든 비밀은 0과 1 사이에 있다. 0은 텅 빈 상태여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고 1은 꽉 채워져서 만족한 상태이다. 나도 새해부터는 0.6만 일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평생을 full time도 모자라 over time까지 해야만 마음이 편안했고 아이들도 학교 다닐 때 만점 플러스 보너스까지 받아오라고 다그치곤 했었다. 오늘 한 지인이 “정명숙 씨. 이제 쉬엄쉬엄 살아요” 해서 “네. 저 이제 0.6만 일할 거예요” 했더니 정말 잘 생각했다고 반가워했다. 내심 이렇게 결정을 해놓고도 새해가 가까워져 오니 ‘내가 정말 잘한 결정일까? 이렇게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데.’ 하며 반신반의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생각해 보니 나는 다르게 사는 방법을 모른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삶 말고는 그리고 멈출 수가 없었다. ‘사피엔스’의 저자이며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신작 ‘멈출 수 없는 우리’를 출간했다. ‘지구 위의 어떤 동물도 인간을 멈출 수 없을 만큼 우리 힘은 강력합니다. 우리는 자신을 멈출 수 없습니다. - 챗 GPT 같은 새로운 AI 등장에 우려를 드러내고 AI 같은 강력한 도구가 나왔을 때 그 안전을 점검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AI가 교육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며 과거에 우리는 정보를 얻고 모아왔습니다. 지금은 그 정보가 믿을만한 것인지, 믿을만한 소스에서 나온 것인지,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에서 나온 것인지 가려내는 능력이 그리고 조각 정보를 모아서 세상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어떻게 변화가 이루어졌는지 공부하는 것입니다.’라고 서술했다.     다른 어떤 경험도 독서를 대신할 수 없다. 얄팍한 정보를 유튜브에서 얻어 논리적으로 반박을 해보면 바로 바닥이 보인다. 지식과 경험은 천천히 근육처럼 키워진다. 지식은 독서에서 얻고 경험은 몸을 통해 체화된다. 육체적 노화는 피할 수 없어도 정신적 노화만큼은 피하고 싶다. 정신에 꾸준히 지적 자극과 간접 체험을 제공함으로 정신적 노화만큼은 속도를 줄이고 싶다. 내가 병원 일을 멈출 수 없었던 진정한 이유도 이런 지적 자극과 critical thinking 능력을 잃지 않을까 하는 겁이 나서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보며 의학적으로 그들이 어떻게 병을 얻었으며 그 병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떻게 치료에 임하는지 태도들도 다 다르다. 또 인간적으로 환자들이 가족과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해서도 내가 접하는 경험은 너무나 귀하고 값지다. 환자마다, 가족마다 또 의사마다 병을 다루는 자세가 다르고 그로 인한 결과 또한 너무나 다르다. 항상 진중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중환자실은 내 적성에 맞았다.     이제 슬로 다운할 타이밍이다. 나의 졸저 ‘잘 죽는 법’은 결국 잘 죽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이다. 노년에 접어드니 여기저기서 슬픈 소식들이 들려온다. 그중에는 돌연사와 같은 사고사도 있고 투병 중인 지인들도 많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숫자 1을 향해, 생의 마침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 보자고 다짐해 본다. 우리는 울면서 태어났지만 웃으면서 죽을 수 있을까. ‘나는 왜 이렇지?’ 보다 ‘나는 행운아야’ 하는 태도가 훨씬 죽을 때 웃음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은 되돌아가지 않는다. 시간은 앞으로만 직진하는 일방통행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는 0으로 태어나서 1을 향해 끝없이 전진해야만 하는 특권(?)이 주어졌다. 우리는 울면서 태어나 주위 사람들을 웃게 했고 웃으면서 죽을 때 주위 사람들은 울 것이다.     희망찬 새해가 밝아온다. 2024년은 갑진년, 용의 해다. 용의 기운이 피어오른다. 새해에는 용의 기운을 받아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한 해로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모든 독자에게 바랍니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결심 정신적 노화 조각 정보 thinking 능력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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